???: 국영수가 코딩보다 중요해요
유니티 오지현 에반젤리스트 "국영수는 의외로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관객들을 당황하게 한 '국영수 사랑'? NYPC 2019 토크 콘서트 질의응답
지랄 마세요 프로그래밍을 잘 하려면 프로그래밍을 해야 되요 기회는 이때다 하고 기사 제목에 박는 거 봐라
기사 내용에는 꼭 저런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닌데, 제목에 "국영수" 박아놓은 데서 악의가 느껴진다
중요하지 근데 (초중고등) 학교에서 배우는 걸로는 안 돼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모두 다 시험을 위한 무언가로 왜곡되고 변질되어 있어
국어도 영어도 수학도 학교에서는 시험 잘 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프로그래밍할 때 쓸 수 있는 실용적인 지식과 메서드는 안/못 가르쳐준다.
교사들마다 교육 철학이 다를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학부모가 원하는 건 자식이 시험을 잘 치는 것이야
결국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고
교사 자체도 시험에서 짱먹은 넘들이 하는 거라 그냥 시험 잘 치는 게 최고라고 보는 인간들이 많다.
학교도 학원도
프로그래밍이나 게임 개발에 정말로 필요한 국/영/수 능력은 안 가르쳐 준다.
프밍할 때 필요한 국어/영어/수학 능력이랑 시험 잘 치기 위한 건 다르다 이말이야
시험을 잘 치기 위한 수학
특히 엄청난 차이가 나는 건 수학이라고 본다. 국어나 영어는 근본적인 언어 능력이니까 겹치는 게 많고
솔직히 국어/영어는 걍 존나 읽고 뭔 말인지 알아내려고 노력을 하면 근본적인 능력이 키워진다.
근데 학교에서 하는 수학이랑 프로그래밍할 때 쓰는 수학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가 급식 수학을 줫나 못했고 한지도 오래되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말해보자면
급식 수학은 그냥 답을 만들면 된다. 이 답이라는 게 보통 어떤 일반화된 무언가가 아니고
고정되거나 제한된 데이터에 대해서 어떤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수를 찾아내는 것이다.
보통은 방정식으로 표현되는 것에서 해를 찾아내게 된다.
이건 정말 왜곡된 거다. 원래 수학은 좀 더 일반화 된 걸 하는데 쓴다.
수학적 모델링: 프로그래밍을 위한 수학
프로그래밍에서 쓰는 수학은 좀 더 수학의 본래 목적에 가깝다.
어떤 현상을 코드로 옮기려면 결국 수학을 써야 한다. (아니라고? 프밍을 좀 더 해보십시오)
다양한 데이터, 보통 엄청난 규모의 가짓수를 가지는 입력에 대해서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일반적인 법칙을 수학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나는 이걸 개인적으로는 "수학적 모델링" 이라고 부른다.
무슨 대단한 소리 같지만 별 거 아니다.
수학적 모델링 예시
리듬게임에서 노트가 떨어지는데
사용자의 입력에 따라 실시간으로 노트 낙하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음악과의 싱크를 유지하고 싶다.
이런 걸 어떻게 코딩할까? 일단 수식부터 세워야 한다.
입력 데이터(노트의 이전 낙하 속도, 속도 변화량, 음악의 싱크)에 따라 예상하는 출력 데이터(배속이 바뀐 노트의 낙하 속도)를 만들어 내는 수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걸 하려면 급식 때보다는 훨씬 더 일반화된 생각을 해야한다.
원래 수학이 이런 거 하려고 만들어진 학문이다.
게다가 현실의 현상에서 추상화된 정보를 뽑아내고 이것을 다른 언어(수학)로 표현해야 한다.
사실 위의 리듬 게임 예시도 내가 벌써 추상화해서 떠먹여 준 거다. 실제로는 훈련되지 않은 킹반인들은 보통 이딴 식이다: "이지투디제이처럼 실시간으로 노트 배속 조절하게 해주세요"
프로그래머는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표현으로 바꾼 뒤 구현 가능한 단계까지 쪼개고, 거기서 수식이 필요하면 입력 데이터와 출력 데이터의 스펙을 결정해야 한다.
급식 수학에는 이렇게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수학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빠져 있다.
이는 초중고 수학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이다.
급식 수학 문제들에는 현실의 정보들이 이미 추상화되어 있다. 보통 대체 무슨 쓸모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수식 줘 놓고 이거 하라 저거 하라 시키거나, 아니면 알량한 지문을 좀 읽거나 하면 문제가 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수학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학교 수학을 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딴 것보다 시험을 잘 치는게 더 중요하니 문제를 입력 하면 답안을 출력하는 기계가 되는 게 더 낫다
결론
국영수가 중요한 건 맞지만, 프밍을 더 열심히 해라
프로그래밍을 잘 하고 싶으면 프로그래밍을 해야 한다. 이상한 거지 같은 거 하지 말고
"국영수를 잘하면 프로그래밍도 잘한다. 그러니 국영수 공부를 해라"
부모가 (남이) 하는 말을 맹목적으로 믿지 마라.
어릴 때는 쉽지 않겠지만 그냥 하나의 의견이라고 생각해라.
지금 내가 하는 말도 그저 의견일 뿐이니 판단은 본인들의 몫이다.
정말 멍청한 생각이 시험을 잘 치면 뭐든지 다 잘 할 거라는 생각이다.
시험을 잘 치는 사람은 시험을 잘 치는 사람일 뿐이지 뭔가 우월한 어떤 게 아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싶은 걸 해라.
그런데... 이거고 저거고 프밍을 제대로 하다 보면 걍 다 따라 오게 되어 있지 않아?
수학은 말 할 필요도 없고
영어도 읽어야 되는 document가 얼마나 많은데 힙하고 재밌는 기술 유튜브 동영상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프밍 하다 보면 느는 게 영어 아니냐? 무슨 공부를 따로 하고 그럴 필요가 어딨지?
국어는... 어... 음..... 아무튼 프밍 하면 다 잘 됨 아무튼 그러함
거 머냐 하다 보면 리드미도 쓰고 주석도 달고 나처럼 블로구도 쓰니까 국어도 늘게 되 있음(아마도..)
전에 "프로젝트 주도 학습 드립 안 친다" 했는데
걍 그게 제일 나으니까 그렇게 해 무슨 국영수냐?
만들고 싶은 거나 찾아서 만들자
당장 무슨 플랫포머 게임이든 히토미 다운로더든 뭐든 만들 거 찾아내라고, 그리고 만들면 됩니다.
플머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
23년 추가
퐁퐁단이니 알파메일이니 하는 설거지론이 한 때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저런 극단적인 소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들 이런 소리는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거짓말에 속지 않는다.
아니지, 완전히 구라는 아니다. 트로피 와이프가 예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예쁜 사람이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할리는 없다. 결국 열심히 공부를 해서 능력 있는 사회인이 되었더니 나를 별로 사랑해주지도 않는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는 절규가 설거지론의 논지다.
그런데 사실 당연한 소리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서 국영수를 열심히 공부한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골방에 쳐박혀서 공부만 처 하는 사람이랑 어떻게든 이성을 만나보려고 가꾸고 자기 관리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누가 더 자신을 사랑해 주는 배우자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나? 최소한 공부에 쏟은 만큼 배우자를 얻는데 노력을 해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설거지론이 없던 시절에 쓴 글이 의외로 지금의 담론과 통하는 바가 있어서 이 글을 썼다. 결국 현재 2030 세대가 배우고 신봉해온 가치관이 무너졌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거기에 매달리는 사람들(특히 학생들)이 있다는 점이 비슷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추가 2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 만들고 싶은 걸 만들기 시작해서 그냥 계속 만든다
- 점점 더 어렵고 도전적이지만 더욱 재미있고 의미있는 것을 만든다
추가 3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X를 잘 하고 싶으면 X를 해라
이상한 거지 같은 거 하지 말고!